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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포스텍 SF어워드 심사평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3-02-07 09:28:21
  • 조회수 1241

(이름순)


김창규 심사위원


1. 총평


-응모작 전반에 걸쳐서 두 가지 커다란 흐름이 눈에 띄었다. 하나는 SF를 통해 사회 구조적 문제와 약자에 대한 편견을 고발하고 풍자하려는 시도이고, 다른 하나는 두뇌의 정보화 및 그에 따른 자아의 확장에 대한 관심이다. 전자는 최근 기성 작가들의 조류와 일치하고, 후자는 현실의 기술발전 추이와 맞아들어가니 어찌보면 당연한 흐름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한 문제나 경향을 수동적으로 조명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주도적으로 SF 서사에 연결하거나 소설적 기교와 능숙하게 결합시킨 작품들이 좋은 평을 받았다.

 

2. 수상작 심사평

 

단편 당선작 <냉소제외대상: 라디오>는 앞날에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삶의 본질에 관한 의문을 매끄러운 우화와 결합한 작품이다. 우화는 특징이 뚜렷하기 때문에 전형성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데, 그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입장 역전과 의외성이라는 장치를 적절히 사용해 한계를 벗어나려 노력한 점이 무엇보다 돋보였다. 또한 자칫 비인도적인 연상을 유도할 수 있는 주제를 능숙하게 다듬어 작품 속 세계의 톤과 매끄럽게 결합시킨 실력이 뛰어났다.

단편 가작 수상작 <펭귄의 목소리>는 장점과 아쉬운 점이 뚜렷한 작품이다. 신기술의 산물이 인간의 육체와 결합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시대에 또 다른 차별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 않다. <펭귄..>은 개연성 높은 상황을 도입해 그에 대한 우려를 제시한다. 다만 모든 심사위원이 지적했듯 청년기 로맨스와 유사한 구조를 선택해 결과적으로 소재와 주제의 무게가 다소 희생되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미니픽션 당선작 <수신자 불명>은 하나의 현상을 정반대로 해석하는, 이른바 가치역전을 슬픔과 수용 사이의 전환으로 잇고 그것을 우주의 본질과 직결시켰다는 점에서 SF의 특장점을 제대로 적용한 작품이다. <타임 캡슐>은 의사과학(Pseudo Science) 기법을 느슨하게 이용해 시간과 인생의 관계를 따뜻한 시각으로 그린 것이 주효했다.

가작 <고백의 떨림>은 전통 SF가 주무기로 삼았던, 회귀를 이용한 반전을 승부수로 삼았다. 다만 회귀 구조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인과의 문제를 능숙하게 다듬지 못했고, ‘이라는 발상이 오히려 독창성을 해쳤다는 아쉬움이 있다. <백 세 청년의 새해 일기>는 기억과 데이터를 기술적이고 경제적인 한계와 결합시킨 점이 장점이나, 설명의 비중이 높아 완전한 소설화에 조금 못 미쳤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박인성 심사위원


  작년에 이어서 2년 연속으로 포스텍 SF어워드 심사에 참여하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뜻깊은 일이었습니다. 여러 공모전 심사에 자주 참여할수록 익숙한 경향과 소재를 반복하여 접하면서 오는 피로감이 있을 법도 하지만, 포스텍 SF어워드의 응모작을 읽어나가는 과정은 저에게 창작의 역동적인 에너지와 신선함을 환기하게끔 해주는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전체 심사과정은 예심과 본심으로 나누어 이루어졌으며, 응모 부문에 따라 단편 부문과 미니픽션 부문에 대한 심사가 차례로 진행되었습니다. 심사 방식과 마찬가지로 심사평에서도 단편 부문을 먼저 언급한 뒤 미니픽션에 대한 평으로 이어가겠습니다.


1. 단편소설 부문

  단편소설 부문 예심에서는 응모자들이 최근 SF의 경향에 대하여 많은 독서 경험과 창작에 대한 고민이 바탕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소위 트렌디하다고 말할만한 주제나 소재를 영리하게 선택하는 것도 그렇지만, 그 이상으로 기성의 SF들이 고민하고 있는 이야기의 형식적 차원에 대한 고민들이 묻어났습니다. SF 어워드가 장르문학상으로 운영되는데 있어서 핵심은 SF라는 장르에 대한 형식적인 이해와 관습으로부터 출발해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작품들을 발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심에 진출한 작품들은 나름의 형식적인 안정성과 함께 자기 개성을 드러내는데 고심한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총 7편의 본심 대상작에 대한 심사위원들 간의 토론 과정을 통해서 그다지 어렵지 않게 만장일치로 냉소제외대상 라디오를 수상작으로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수상작 냉소제외대상 라디오는 그 제목만큼이나 다른 작품들과 구별되는 자기 개성을 잘 드러낸 작품이었습니다. 소재적인 차원에서도 기계들만이 살아가고 있는 미래 도시에서 발생하는 범죄 사건(?)을 일종의 소동극이나 부조리극의 형태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응모작들과 선명하게 구별되는 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하나의 폐쇄적인 사회가 되어버린 기계도시가 요구하는 필요악의 존재, 그리고 재판과정의 묘사가 권태에 질려버린 세계에 카니발 같은 사회적 제의처럼 수행된다는 사실도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주제의식에 있어서도 익히 뻔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전달하는 수법이 능숙했습니다. 특히 결말에 이르러 주인공이 폐쇄된 도시 바깥 세상을 향해 떠나가며 거기서 을 찾아가는 여정을 발견하는 경쾌함은 오늘날 우리의 현실과 냉소적인 분위기를 돌파해나가는 진중함으로 비춰졌기에 이 작품의 설득력을 높이 평가할 수 있었습니다.

  가작으로 선정된 펭귄의 목소리의 경우 심사위원들 모두 그 안정적인 소설적 구성과 주제의식의 선명한 전달에 있어서 좋은 평가를 한 작품입니다. 특히 미래 사회의 기술 발전을 통해서 칩으로 의사소통을 수행하는 시대에 구술적인 언어의 사용을 장애로 취급하는 사회적 변화를 그려내는 방식이 나름대로의 설득력을 갖추면서도, 정상과 비정상의 이분법적 기준을 무화하며 장애에 대한 보편적 가능성을 환기하는 상상력을 소설적으로 잘 형상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는데, 인혜와 세현 사이의 관계가 유해한 세상 속에서 안전하고 무해한 것으로 시작부터 결말까지 유지해나가는 과정이 너무 미리 결정되어 있는만큼 극적인 긴장감이 없다는 점입니다. 현실과는 다른 방식으로 허구가 구성해야 하는 밀도 있는 갈등이 이 소설의 주제나 소재의 차원에는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단편소설 부문에서 수상하지는 못했으나 개인적으로 추천하고자 하는 응모작이 엑스 실리코(Ex silico)입니다. 포스텍 SF 어워드가 단편소설 부문으로 구성된만큼 흔히 단편소설의 미학적인 형식에 맞는 완성도 있는 소설적 만듦새가 이러한 공모전의 중요한 심사기준임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장르문학이기 때문에 추구할 수 있는 순수한 이야기적 재미를 작가 스스로가 밀고 나간 작품들에 대해서는 늘 마음이 가는 편입니다. 이 작품이 단편소설의 형식 안에서 전체적인 구성의 개연성이나 인물 심리에 대한 묘사가 충분히 치밀하게 갖추었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술에 전도된 인간 욕망의 왜곡된 방향성, 그리고 마인드 업로딩이나 가상현실의 정체성을 둘러싸고 치열한 욕망과 대립을 그려내고자 했던 이야기적 욕망 자체를 저는 높이 평가합니다. 꼭 이번 SF어워드의 입상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공모전에서 장점을 가질만한 개성을 갖추었다고 판단하기에, 앞으로의 작품활동을 용기 있게 펼쳐나가시길 바라겠습니다.


2. 미니픽션 부문


  다음으로 미니픽션 부문에 대한 심사평입니다. 미니픽션 부문의 경우 단편소설 부문보다는 상대적으로 응모작 간에 다소 명확한 수준 차이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미니픽션이 짧은 분량 안에서 인상적인 터치나 장면적 구성, 재치 있는 주제의식을 전달하기만 하면 된다는 인상과 달리 미니픽션 역시 짧은 분량 안에서 구성적인 형식적 차원의 이야기성을 충분히 갖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심사평을 빌려서 강조하고 싶습니다. 다른 큰 이야기의 한 단면이나 장면, 설정만을 잘라내서 보여주는 것 같은 방식의 미니픽션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매력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사실도 말씀드립니다.

  결과적으로 본심에서 심사위원들은 수신자 불명타임캡슐을 수상작으로 정했습니다. 두 작품은 공통적으로 감정과 기억의 물질화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흥미로운 소설적 상황의 설정과 그에 대한 심리의 구성에 효과적으로 성공하고 있습니다. 수신자 불명에서는 우주 공간을 이동하는 우주선에서 그녀에 대한 기록된 데이터를 우주공간 저편으로 날려보내는 과정 속에서 일종의 개인적인 애도와 망각을 수행하는 과정이 신자불명의 기록을 발신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으며, 타임캡슐에서는 시간에 대한 원근법을 상실하는 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이 과거의 기억을 남겨놓은 타임캡슐을 통해서 물질화된 삶의 감각을 되찾는 과정을 압축적으로 잘 그려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들의 완성도에 믿음을 가지고 만장일치로 수상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수상작과 경쟁하였으나 아쉽게 가작에 그친 것은 고백의 떨림백세 청년의 새해일기입니다. 두 작품 모두 우선은 신선한 소재의 활용을 인상적인 소설적 묘사로 전달했다는 점에서 소설적 매력이 분명한 작품들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과학과 기술의 아이러니한 효과를 미니픽션의 형식 안에서 효과적으로 구성했습니다. 고백의 떨림은 미래 지구로부터 현재에 도달한 파동을 통해서 해석을 수행하는 과정의 아이러니를 그려내고 있으며, 백세 청년의 새해일기에서는 모두가 평균 수명 300세를 살아가는 시대에 방대해진 기억 데이터의 보존과 그에 따른 존재에 대한 감각에 대한 아이러니를 그려냅니다. 하지만 그 아이러니의 효과 소설의 설정 자체에 너무 메어 있다는 생각이 들고, 읽고 나면 다소 무난한 주제의식과 그에 대한 서술적 전개 방식의 매력에 있어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과 비추어 보았을 때, 응모작의 숫자가 드라마틱하게 늘어났다거나 작품의 수준이 현격하게 올라간 것은 아니지만 포스텍 SF 어워드의 잠재력이 정체되어 있다거나 줄어든다는 인상은 없습니다. 오히려 수상자들을 포함하여 이번 공모에 지원하는 응모자들의 다양성이 늘었다는 사실, 또한 응모작들이 추구하는 소설적 개성의 방향이 한층 개성화되었다는 사실에 대하여 고무적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2년째 심사에 참여하면서 의미 있는 작품들을 선별하고 또 독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게 된 점을 심사위원으로써 기쁘게 생각합니다. 수상자들에게는 축하의 박수와 함께 앞으로의 활발한 활동과 용기 있는 창작행위에 뒤따르는 문운을 기대하겠습니다. 또한 비록 수상하지 못했더라도 이번 문학상 응모에 지원한 모든 응모자들, 또 포스텍 SF어워드에 관심을 가진 잠재적인 창작자들 모두의 문운을 빕니다.

 

 


송경아 심사위원


1. 단편소설 부문


냉소제외대상 라디오는 기계들의 도시에서 일어나는 의 쟁탈전을 통해 미래 세계 노동의 위상을 냉소적이고 고통스럽게 그리면서도 라디오의 꿈을 냉소제외대상으로 두는 낙관적인 시각을 견지한 대담한 우화였습니다심사위원들은 기술이 아니라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모색하고그러면서도 꿈을 잃지 않는다는 SF 본연의 자세를 견지한 이 작품에 최우수상의 영광을 수여하는 데 모두 이의가 없었습니다.

펭귄의 목소리는 목소리를 쓰지 않아도 되는 미래 세계의 소통 장애를 겪는 한 연인을 통해 장애란 결국 상대적이고 사회적인 것임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습니다그러나 그 과정이 너무나 안온하고 안전한 틀을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가작의 영광을 안겨 드립니다.

인스턴트는 수작이었습니다. ‘복제인간이라는 소재를 통한 자아의 개별성과 한계에 대한 탐구안정적인 전개와 개연성 등은 흠잡지 못할 수준에 올라 있었습니다하지만 여러 번 시도된 소재를 쓸 때는 기존의 상상력의 지평을 더 넓힐 만한 파격을 보여주어야 하는데그 점이 아쉽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뜻을 꺾지 말고 더욱 정진하셨으면 합니다.

 

2. 미니픽션 부문


수신자 불명과 타임 캡슐은 짧은 분량 안에서 기술과 상상과 이미지뿐만 아니라 정서를 그려 보여준다는 보기 드문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최우수상을 결정했습니다.

고백의 떨림과 백 세 청년의 새해 일기는 독자들이 미니 픽션에서 기대할 만한 상상력과 재치와 완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또한 미래의 인류에게서 받는 메시지나 수명이 늘어났을 때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한계’ 같은 소재 설정도 좋았습니다가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나와 남자친구와 먹물 크림파스타는 논란작이었습니다강렬한 인상을 주는 사건과 매끄러운 전개가 주는 매력암시된 폭력에 대한 응징의 카타르시스가 분명 있었습니다그러나 암시된 폭력과 대항폭력 사이의 균형기술을 범죄에 이용하는 것을 소설 속에서 범상하게 그릴 때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긴 토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이 미니픽션을 수상권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습니다작가의 성찰을 바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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