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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학기 "독서후담" 당선작 <먼저 온 미래> 서평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6-02-05 15:24:30
  • 조회수 236
《먼저 온 미래》 서평: 혼돈의 AI 시대에 대한 성찰

융합대학원 소셜데이터사이언스 석사과정 민선아


  1.  서론: AI 시대에 선 대학원생의 고민
  2016 년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 단을 꺾은 사건은 인류에게 충격을 안겨주었고, 기술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넘어 ‘인간의 질서와 위상’을 되묻게 만들었다. 그로부터 불과 몇 년 만에 우리는 인공지능이 일상과 업무 깊숙이 파고든 시대를 살고 있다. 프로세스 마이닝(Process Mining)을 연구하는 대학원생인 필자 역시 매일같이 대형 언어 모델(LLM)을 활용하여 연구를 진행한다. 논문 초안을 잡거나 프로그래밍 코드의 오류를 찾는 데 GPT 같은 AI 조수가 큰 도움을 주고 있으며, 때론 OpenAI API 사용량 제한에 걸려 모델이 멈출 때 작업이 올스톱될 정도로 AI 도구에 의존하고 있다. 이처럼 AI 기술이 역사적 전환기의 중심에 서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 거센 변화의 물결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자리를 어떻게 지켜야 할지에 대한 혼란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장강명 작가의 《먼저 온 미래》는 이러한 AI 시대의 혼돈과 불안을 정면으로 다루며, 미래에 대한 성찰을 담은 책이다. 특히 이 책은 바둑이라는 한 분야에 ‘먼저 찾아온 미래’의 모습을 면밀히 추적함으로써 지금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본 서평에서는 현업 연구자의 시선에서 이 책의 내용을 비평적으로 요약하고, AI 시대에 대한 개인적 성찰과 인간 고유의 가치에 대한 생각을 함께 풀어보고자 한다.
  2.  바둑에 먼저 찾아온 미래: 책의 내용과 의미
  《먼저 온 미래》는 알파고 충격 이후 8 년 간 바둑계에서 일어난 변화를 기록한 논픽션 르포르타주다. 작가는 “나는 바둑계에 미래가 먼저 왔다고 생각한다. 2016 년부터 몇 년간 바둑계에서 벌어진 일들이 앞으로 여러 업계에서 벌어질 것이다”라고 서두에 밝히며, 바둑계를 통해 미래의 축도를 그려 보인다. 이를 위해 2023 년 말부터 2024 년 초에 걸쳐 전·현직 프로 바둑기사 29 명과 바둑 전문가 6 인을 심층 인터뷰하고 현장을 취재했다. 알파고와의 대결이 남긴 구조적 충격은 프로 바둑계의 문화와 질서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책은 알파고 충격 이후 바둑계에서 ‘인간 중심의 질서가 무너지는 과정’에 주목하며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변화를 짚어낸다.
  첫째, 프로기사들이 평생 익혀온 정석과 포석 이론이 AI 에 의해 뒤집혔다. 인간 고수가 정립한 수순 대신, AI 가 찾아낸 새로운 수법들이 최선으로 인정되면서 기존 지식의 권위가 흔들렸다. 프로들은 오히려 AI 를 통해 바둑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상황에 놓였다. 둘째, 입단 제도(프로 자격 취득 과정)도 변화의 영향을 받았다. AI 를 활용한 연구 방법이 보편화되고, 젊은 기사들은 AI 전략으로 무장한 채 입단에 도전하면서 전통적인 기량 평가 방식이 수정되었다. 셋째, 대국 관전 문화의 쇠퇴도 두드러졌다. 인간기사들만 겨루던 시대와 달리, 이제 팬들은 AI 대국이나 AI 추천 수를 참고하여 관전을 즐긴다. 인간 프로기사들의 사회적 위상은 하락했고, “바둑은 예술”이라 믿었던 자부심도 흔들렸다. 알파고와의 대결 3 년 후 이세돌 9 단은 돌연 은퇴를 선언하며, “어린 시절, 바둑은 예술과 같은 것으로 배웠다. (…) 내가 배웠던 예술 그 자체가 무너져 버렸다”고 그 심경을 토로했다. AI 의 등장이 한 시대의 예술과 철학으로 여겨지던 바둑의 가치를 무너뜨린 순간이었다.
  이렇듯 장강명은 바둑계를 철저히 파고들어, AI 도입이 한 공동체를 어떻게 재편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의 접근 방식이 기존의 추상적인 AI 담론과 다르다는 것이다. 흔히 미래학이나 AI 전망서는 기술적 특이점이나 초지능 도래를 이론적으로 논하지만, 이 책은 한 업계의 구체적 사례와 서사를 통해 독자의 공감을 끌어낸다. 실제로 《먼저 온 미래》는 출간 두 달 만에 8 쇄를 찍고 2 만 5 천 부 판매를 돌파하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바둑계 내부에서도 화제가 되어, 대기업 경영자가 이 책을 읽고 바둑대회 후원을 결심했다는 일화까지 전해진다. 이는 책이 단순한 기술 서적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가 맞닥뜨릴 미래의 축소판을 제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장강명은 바둑계의 경험을 거울삼아 묻는다: 다른 업계도 머지않아 이와 같은 미래를 맞게 된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AI 가 압도적인 실력으로 헐값에 보급되고, 인간은 AI 와의 공존을 강요당하며 AI 가 만든 새 질서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우리의 일과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예컨대 작가는 “소설 쓰는 인공지능이 매일 위대한 장편을 288 편씩 내놓을 때 소설가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라는 도발적 질문을 던지며, 바둑계를 넘어 문학계와 다른 전문직의 미래를 상상해 보인다. 이러한 질문들은 결국 이 책이 미래의 충격을 이미 경험한 사람들을 통해 우리 모두의 근미래를 조망하고 있음을 뜻한다.
  3.  AI 시대의 도전과 인간의 가치
  《먼저 온 미래》가 그려낸 바둑계의 이야기에는, 단순히 일자리 변화나 기술 적응을 넘어서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흐르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묻는 물음이다. 바둑 기사들은 AI 앞에서 자신들의 예술과 철학이 붕괴되는 경험을 했다. 이는 비단 바둑만의 문제가 아니다. 작가는 책에서 “사람들이 거기에 어떤 가치가 있다고 믿으며 수십 년을 헌신한 일을 더 잘해내는
인공지능이 어느 순간 갑자기 등장하는” 상황이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이런 일이 현실이 될 때 충격은 단순히 경제적 타격이나 직업 상실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 중심의 질서 자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 책은 “단순히 일자리 상실의 문제를 넘어서 인간 존재의 기반까지 질문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대목은, 작가가 독자들에게 AI 시대의 불안을 매우 직접적으로 건네준다는 점이다. 한 편집자는 “많은 사람이 AI 에 대해 막연한 불안을 느끼지만, 이 책은 그러한 막연함을 넘어서 AI 가개인의 삶과 어떤 접점을 맺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고 평했다. 실제로 2024 년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78%가 “AI 가 내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고 응답했을 정도로, 기술에 대한 불안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먼저 온 미래》는 이러한 불안을 알파고 이후 바둑계라는 맥락화된 이야기 속에 녹여냄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보다 현실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책을 읽다 보면 막연히 “AI 가 무섭다”라는 추상적 걱정이, 구체적으로 “AI 와 공존하는 현실에서 내 삶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다가온다.
  작가 장강명은 이러한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주기보다는, 불안을 자극하고 성찰을 이끌어내는 방식을 택한다. 책의 결말 부분에서 그는 기술낙관론자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함께 어두운 전망을 내놓는다. “만약 그렇다면 공상에 잠긴 어린아이들을 사상가나 비저너리라고 불러야 하며, 실리콘밸리의 자칭 사상가들은 내 눈에 바로 그런 어린아이들로 보인다”라는 도발적인 문장은 AI 발전을 맹신하는 태도를 꼬집으면서, 빠른 규제와 대비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이는 현재의 AI 열풍에 대한 일종의 경고음으로 들리는데, 작가는 인류가 무분별한 기술 숭배에 빠져서는 안 되며,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특히 그는 “당신은 어쩌면 일자리를 잃지 않을지도 모른다. … 그런데 설사 터미네이터를 막고 일자리는 지키더라도 어떤 인간적 가치들은 그 과정에서 틀림없이 부서질 것이다”라고 단언한다. 다시 말해, AI 로 인한 위협은 결국 인간이 지녀온 가치와 정체성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통찰이다.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흔히 업무 능력이나 지적 성취로 자기 존재를 입증하곤 한다. 그렇기에 AI 가 그 지적 능력을 대체할 때 인간은 자칫 자신의 존재감마저 잃어버릴 위험에 직면한다. 장강명은 이 책을 통해 바로 그 지점을 응시한다. ‘우리는 무엇으로 우리됨(인간다움)을 증명할 것인가?’라는 물음이 책 전반에 걸쳐 조용히 울려 퍼지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비관적인 전망에 대해 모든 이들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바둑계 사례를 다른 모든 직업군에 일반화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체스(서양 장기)의 경우 AI 도입 이후 오히려 인간 대국의 활성화가 이루어졌고, 알파고 이후에도 프로 바둑기사의 숫자가 크게 줄어들지는 않았다는 반론도 있다. 이는 AI 등장으로 인한 충격이 업계의 쇠퇴로 직결되지는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장강명은 의도적으로 전업 전문가의 관점에 집중함으로써, AI 가 ‘직업적 정체성’을 흔드는 충격을 부각시켰다. 바둑이나 문학 등 분야마다 아마추어의 세계도 있어 인간 활동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전문가’로서의 인간이 느끼는 위기감은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온다. 필자 역시 이 책을 통해 AI 시대에 직면한 우리 세대의 정서적 동요를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뛰어난 성능의 AI 에 한편으로는 경이로움과 매력을 느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에 밀려 인간의 가치가 빛을 잃을까 두려운 양가감정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속에 일었다.
  4.  연구실에서 마주한 AI 의 빛과 그림자
  AI 시대를 살아가는 한 연구자의 일상을 돌아보면, 《먼저 온 미래》의 통찰이 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필자는 현재 공학 연구실에서 프로세스 마이닝을 전공하며, 데이터 분석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사람의 손과 두뇌로 하던 일들을 이제는 GPT 와 같은 AI 모델이 상당 부분 도와주고 있다. 예를 들어, 복잡한 로그 데이터에서 유의미한 패턴을 찾거나, 새로운 알고리즘의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ChatGPT 에게 조언을 구하면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프로그래밍을 할 때에도 AI 코딩 도구가 자동으로 함수를 완성해주고, 에러 메시지를 주면 해결책을 제시해주니 개발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었다. 이러한 AI 의 빛을 누리면서, 필자는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과연 내가 어디까지 직접 이해하고 있고, 어디부터 AI 에게 의존하고 있는 걸까?” 사실 AI 덕분에 창의적인 실험과 반복 작업의 자동화가 용이해진 것은 축복에 가깝다. 그러나 그 이면의 그림자도 존재한다. 어느 날 연구 중 OpenAI API 의 호출 한도를 초과해 버려 GPT 모델 사용이 몇 시간 동안 중단된 적이 있었다. 그 순간 당황한 필자는, 어느새 나의 사고와 작업 흐름 상당 부분이 AI 에 의존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마치 등산가에게 갑자기 지도와 나침반을 빼앗긴 듯한 기분이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없던 도구인데, 이제는 없으면 일을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된 것이다. 이 경험은 인간 전문가로서 내가 지닌 한계와 불안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마치 《먼저 온 미래》에 등장하는 프로 바둑기사들이 AI 등장 이후 자신들의 방식을 근본부터 재고해야 했던 상황이 겹쳐 보였다. 나 역시 복잡한 문제를 풀 때면 먼저 AI 의 의견을 찾고, 내가 세운 가설도 한 번 AI 와 교차검증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새로운 습관이 배어들었다. 이는 생산성을 높여주지만, 동시에 내 지적 능력에 대한 일종의 자신감 상실을 불러오기도 한다. 인간 고유의 직관과 창의성보다는 AI 가 제시하는 정답에 기대려는 유혹이 커지는 것이다.
  연구실에서 체감하는 이러한 변화는, AI 가 가져다준 편리함에 대한 감사와 함께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에 대한 의문을 동반한다. AI 시대의 연구자란 어떤 존재이어야 할까? “AI 와 동행을 강제당하며, AI 가 만드는 새로운 질서에 따라야 하는 것”이 미래의 직업인에게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만의 가치와 역할을 지켜낼 수 있을까? 《먼저 온 미래》는 비록 바둑 이야기이지만, 실험실의 하루를 살아가는 내게 이러한 질문을 던져주었다. 그리고 답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인간은 AI 와 달리 그 의미를 스스로 부여하는 존재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같은 결과를 얻더라도 인간은 거기에 서사와 맥락, 그리고 감정을 새긴다. 내가 연구를 하는 이유, 새로운 지식을 얻고자 밤새 고민하는 이유는 단순히 답을 얻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성장하고 동료들과 의미를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현재로서는 AI 가 쉽게 흉내 내지 못하는 인간 고유의 가치일 것이다. 장강명 작가도 이 책의 한 챕터에서 ‘인공지능이 아직 하지 못하는 일’을 언급하며, 결국 인간만이 할 수 있는무언가의 존재를 시사한다. 그 무언가는 아마도 인간다움의 핵심 — 이를테면 공감, 윤리적 판단, 존재 자체의 온기 —과 맞닿아 있을 것이다.
  5.  결론: 인간다움의 자리를 지키며
  《먼저 온 미래》는 AI 에 관한 책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지금 이곳의 우리 삶을 깊이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눈부신 발전 앞에서 우리는 경외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낀다. 이 책을 덮으며 필자는 역사적인 격변기 한가운데 서 있다는 실감을 했다. 한편으로 AI 는 우리의 노동을 빠르게 대체하거나 증강하며, 우리가 익숙했던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그러한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비할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다. 책에서 장강명은 AI 이후 세계에 대해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 중심의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간절함이 자리하고 있다고 느꼈다. 이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과 의미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필자는 같은 연구자로서, 그리고 AI 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이 책이 던지는 물음에 답하고 싶다. “AI 이후의 세계에서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 그리고 어떤 식으로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의 문제가 되었다. 답은 쉽게 찾을 수 없겠지만, 분명한 건 인간의 삶은 그 자체로 특별하고 소중하며, 어떤 화려한 지능도 그것을 대신할 수 없다는 믿음이다. 우리는 AI 의 뛰어난 능력을 기꺼이 활용하되, 인간다움의 자리만큼은 양보하지 않아야 한다.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느끼는 감정, 공동체 속에서 쌓아가는 신뢰와 서사, 그리고 스스로 깨닫는 삶의 의미는 결코 알고리즘이 산출해낼 수 없는 가치들이다. 《먼저 온 미래》는 우리에게 그러한 인간 고유의 가치를 잊지 말라고
조용히 일깨운다. 급변하는 AI 시대의 혼돈 속에서도 인간다움의 불씨를 지키겠다는 다짐으로, 나는 오늘도 연구실 책상 앞에 앉는다. 이 책을 통해 얻은 통찰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마주하는 데 소중한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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