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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학기 "독서후담" 당선작 <광장 이후> 서평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6-02-05 15:20:50
  • 조회수 86
광장: 연대로 나아가는 길

배터리공학과 안준영

  최인훈의 <광장>이라는 작품을 읽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론의 장 으로서의 광장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되었다. 다양한 의견의 자유로운 교류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던 시기지만 혼란스러운 시대상과 그렇기에 더욱 자유롭고 다양할 수 있었던 의견의 교류가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런 배경에서 고르게 된 이 책은 그때의 흥미로움에서 한단계 나아 간 깨달음과 고민을 던져줄 거라 기대했다.
  이번 12.3내란 사태는 우리에게 그동안 꾸준히 곪아오고 있던 우리 사회의 문제를 드러내 주었 다. 사회불평등이 심화되고 집단 간의 혐오가 늘어가고 있었다. 정치에는 협치와 조정의 ‘정치’는 사라지고 반사 이익 구조와 상대편 죽이기만 남았다. 정치 혼란과, 정치가 해결하지 못해 계속해 서 심화되어 온 불평등의 피해는 한국의 청년들과 특히, 사회적 약자들의 몫이었다. 그 정점은 윤 석열 대통령의 당선이었고 그 결론은 12.3 내란과 윤석열 대통령 파면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내란 저지와 대통령 파면의 과정에서 청년과 소수자가 주체가 된 것은 그런 맥락에서 잘 이해가 된다.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그 피해를 가장 많이 받는 대상은 곧 사회 개혁을 가장 크게 요구하는 세력이 되기 마련이다. 윤퇴청이 광장의 주요 요구사항에 대해 설문조사 했을 때 사회 대개혁을 통한 사회문제해결이 1위였다는 것에서 볼 수 있듯 이들은 대통령 파면에서 더 나아가 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싶어한다. 우리 사회에는 연대와 저항의 역사가 뿌리깊이 존재하고 그 정신이 오늘날의 청년과 사회적 약자에게 이어진 것 같아 다행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사회적 약자가 그래도 소리낼 수 있다는 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아직은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 혔다.
  다만, 소수자와 약자들이 주장하는 사회대개혁의 방향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비상행동 사 회대개혁 특별위원회가 시민들의 의견을 구체화한 사회대개혁 과제 11개 분야는 아래와 같다.

1.    다시 민주공화국 시민이 주인 되는 세상
2.    정의로운 경제와 민생이 안정된 사회
3.    평화, 주권, 역사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
4.    기후위기 너머 정의로운 생태사회
5.    모두의 행복한 삶을 위한 돌봄 중심 사회
6.    좋은 일자리와 보편적 노동권이 보장되는 사회
7.    생명, 안전이 지켜지는 세상
8.    모두의 존엄과 공존을 위한 성평등, 인권 사회
9.    언론, 정보통신, 문화의 공공성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
10.  식량주권과 먹거리가 보장되고, 지역이 살아나는 세상
11.  교육과 청(소)년의 삶에 평등을 여는 세상

  당연하게도 시민들의 지향에는 잘 먹고, 잘 사는 건강한 사회가 담겨있다. 2번의 민생 안정, 5번의모두의 행복한 삶, 6번의 좋은 일자리와 보편적 노동권, 10번의 식량주권과 먹거리 보장 모두 그런 삶의 모습이다. 실현되면 참 좋을 가치들이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그런 가치들이 양립 가능한가하 는 의문이 피어오른다. 우리가 추구하는 좋은 집에서 잘 먹고 잘 자고 가족들의 돌봄도 가능한 그런 삶은 생각보다 되게 어려운 것이 아닐까?
  과거 한 조사에서 시민들에게 어느 정도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실제 중산층의 통계보다 매우 높게 대답했다. 우리가 추구하는 일자리와 삶의 수준은 이미 소수만이 누릴 수 있 는 특권이 되었다. 좋은 삶의 수준에 기본 조건인 좋은 일자리는 미국의 ‘Make America Great Again’ 등 자국우선주의로 변해가는 세계의 흐름 속에서 기업들이 경쟁력을 키워야만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등, 다양성 등의 가치보단 눈앞의 이익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이익은 좋은 교육을 받은 소수의 뛰어난 인재들에 의해 실현되기에 좋은 일자리는 결국 소수만이 갖게 되는 것이다. 만약 모두의 존엄과 공존, 보편적 노동권, 돌봄 중심 사회 등을 위해 기업의 경쟁력을 포기하게 된다면 역설적이게도 그 가치를 지키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회적 양극화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니 ‘나중에’ 평등, ‘나중에’ 민주주의를 지향하라는 것인가?
  그 또한 아니다. 나는 이 어려운 문제의 해답을 광장에서 찾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집회 장면’ 에 대한 질문에서 한 참여자는 아래와 같이 답했다.
  “모르는 사람과 적절한 호의를 베풀며 가까워진 게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이런 학술적인 말을 차치하고서라도 대한민국 사람은 정이 있다라는 말 은 모두가 공유하는 공감대이다. 우리는 그런 민족이었다, 친척들에게 기꺼이 밥을 나누고 호의를 주고받으면서 사는 것에 익숙한. 사회적 불평등, 정치권의 갈라치기, 코로나, 그리고 SNS의 발달 은 아이러니하게도 사회를 더 분절시켰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말은 무시되고 같은 의견만이 메아리쳤고 사회에 정, 연대보단 불신과 혐오가 커졌던 것이 사실이다. 혐오가 사회적으 로 부풀려진 것이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바로 광장이었다. 사람들은 광장에 나와 다양한 사람들 의 의견을 듣고, 나와 다른 사람들과도 연대했고 호의를 베풀고 정을 나눴다. 우리 안에 뿌리깊이 박혀있던, 하지만 불신과 혐오로 가려져 있던 연대가 실현된 것이다.
  책에서는 광장의 가능성을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광장에서 시민들은 다양한 발언을 통해 여러 소수자, 약자의 삶과 고충을 접하고, 그럼으로써 서 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나아가 공감하게 된다. 여성은 농민의 쌀값 문제를 알게 되고, 농민은 존재를 부정당하는 성소수자의 삶을 알게 된다. 이는 곧 연대 의식의 확장과 공동체 가치에 대한 자각으로 이어진다.
  앞에서 말한대로 우리가 바라는 삶의 모습은 다양한 가치들을 희생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광장을 통해, 연대를 통해 개인의 삶이 아닌 모두의 더 나은 삶을 추구한다면 좋 은 직장에, 좋은 집, 좋은 차는 아니더라도 모두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아픔을 공유하고 조금 더 나눔으로써 나뿐만 아니라 타인도 행복한 삶을 바라는 것이 우리 사회의 문제 를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라고 나는 생각한다.
  윤퇴청은 광장의 순기능과 가능성을 깊이 체감하고 ‘광장을잇는윤퇴청’으로 조직명을 재정비한다고 한다. 이런 단체들이 늘어나고 사람들이 연대와 광장의 필요성을 깨달아 이기심보단 사랑이 넘치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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