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차가운 방법으로 세상을 한없이 따뜻하게 보는 방법:
김상욱,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서지우
이 책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은 한 명의 물리학자가 물리학자로서 세상을 이해하려고 한 시도의 흔적이다. 대단원 1 ‘원자는 어떻게 만물이 되는가’에서 원자란 무엇인지, 만물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에 대해 다룬다. 기본 입자와 원자, 그리고 원자가 모여 분자가 되고, 분자가 모여 물질이 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한다. 무생물에 대해 주로 다루며 사물의 본질, 만물의 근원에 대해 다루고 있다. 대단원 2 ‘별은 어떻게 우리가 되는가’에서는 우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구를 구성하는 다양한 물질들, 그리고 지구의 다양한 에너지들에 대해 다룬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 책에서는 우주의 별들의 에너지와 결국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대단원 3 ‘생명, 우주에서 피어난 경이로운 우연’에서는 이제 생명에 대해 다룬다. 생명체가 살아가는 그 프로세스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이 장 역시 근본부터 설명하기 시작해 점점 구체화하는데, 최초의 생명체에서 시작해 인간까지 생명에 대해 광범위하게 설명하고 있다. 대단원 4 ‘느낌을 넘어 상상으로’에서는 마지막으로 인간의 ‘생각’ 그 자체에 대해 다룬다. ‘인간다움’을 만드는 다양한 요소–사회, 문화, 언어 등–을 물리학자의 시선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과정을 담았다.
나는 중학교 시절부터 물리학을 싫어했다. 처음부터 싫어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물리학에 도통 재능이 없었고 아무리 공부를 해 봐도 실력이 늘지 않는 기분은 정말이지 별로였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고등학교에 가서도, 결국 공대에 와서도 물리학에 대한 감정을 바꿀 수가 없었다. 고등학교 때 친하게 지내던 한 친구는 물리학을 끔찍이도 싫어해 공부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던 내게 물리학은 사실 과학 중에서 가장 쉽다고,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그냥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상상하면 전혀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그 말에 전혀 동의할 수 없었고 솔직히 말하면 그냥 물리를 잘하던-소위 말해 ‘재능충’이던-친구에게 짜증이 날 뿐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내게 몇 년 전에 들었던 저 말을 기억나게 했다.
이 책은 결국 한 물리학자가 물리학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공유한 것과 같다. 물리학자가 아닌 독자에게 물리학자의 시야를 공유해 준 것이다. 나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에게 물리학은 그저 어려운 학문, 이해할 수 없는 것일 것이다. 나는 물리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세상을 너무 무정하고, 차갑고, 하나의 기계적인 과정으로만 본다고 생각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이와 비슷하게 생각해왔을 것이다. 보통 과학자 하면 사람들은 차갑고, 이성적이고, 이해도 못하겠는 수식을 잔뜩 쓰며 계산하는 사람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은 그게 아니라고 간접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물리학자인 작가는 한없이 물리학적으로 세상을 분석한다. 하지만 그 분석 사이사이에 미처 숨겨내지 못한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이 녹아있다. 그 다정한 시선으로 이 책이 완성되고, 세상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린다. 이 책이 과학 서적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다양한 전문 지식으로 가득 차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서점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이유는 바로 그것일 것이다. 눈치챘건, 눈치채지 못했건 사람들의 마음에 와닿는 곳곳에 숨은 다정함은 이 책의 내용이 얼마나 어렵고, 이해할 수 없어도 책을 끝까지 읽게 한다.그리고 이 책이 수많은 사람에게 선택받은 이유 역시, 이상하게 읽을수록 물리학이 따뜻해 보이는 신기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세상이 구성되고, 돌아가는 그 과정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일인지,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이 생명이 얼마나 기적 같은 것인지 느끼게 해 주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세상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고, 다정한 시선으로 세상을 분석하는 법에 대해 깨닫게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