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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학기 <독서후담> 당선작 - <아버지의 해방일지> 서평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3-08-17 11:14:04
  • 조회수 538

아버지는 무엇에서 해방되었나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고

 

강호연(무은재학부)

 


  한 주 동안 세 번이나 반복해 읽었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잘 몰라 공감하기 어려웠다. ‘빨치산이 무엇인지도 잘 몰라 인터넷을 찾아보며 읽었다. 두 번째 읽었을 때는 아버지 고상욱의 삶을 들여다볼 여유가 생겼다. 책을 조금 더 깊이 느끼고 싶어서 다시 한번 더 읽었다. 무거운 내용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가도 가볍고 재미있는 내용에 웃음이 났다. 책이 끝나지 않길 바라며 읽어나갔다.

  ‘아버지는 과연 무엇으로부터 해방되었을까?’ 책을 읽기 전, 읽는 내내 머릿속을 지배했던 의문이다. 앞부분에서는 아버지가 빨치산인 자신의 삶에서 해방되었다는 의미인 줄로만 알았다. 끝까지 읽고 보니 또 다른 의미가 있음을 깨달았다. 아버지에 대한 딸의 부정적인 생각으로부터 해방되었으며, 세상의 편견으로부터도 해방된 것이었다.

 

  아버지는 자신의 삶에서 해방되었다.

  친척, 친구 등 다양한 주변 인연들이 기억하는 모습 덕분에 아버지는 그저 빨치산세글자만으로 기억될지도 모르는 자신의 삶에서 해방되었다. 글의 앞부분만 보면 아버지는 너무 융통성 없고 어리석어 보인다. 가난한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지도 않고 위험하게 다른 사람의 빚보증을 서 주었으며, 책으로만 농사를 배워 다 망해버렸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대로라면 아버지는 그저 융통성 없는 사회주의 신봉자로 기억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은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친척, 친구뿐 아니라 동네 사람들까지도 아버지와의 따뜻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아버지는 빨치산이라는 편견으로 가득할 수 있었던 자신의 삶에서 해방되었다.

 

  아버지는 딸의 편견에서 해방되었다.

  딸에게 장례식 3일이 가진 의미는 이때까지의 삶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장례를 치르며 비로소 아버지의 삶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아버지의 죽음이 딸과 아버지를 조금씩 다시 끈끈하게 연결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딸은 아버지 살아생전에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회주의만 고집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생각보다 따뜻하고, 정이 있는 사람이었다. 딸은 드디어 오죽하면으로 말을 시작하고 끝내며 남을 돕다가 손해를 보기도 했던 아버지의 삶을 이해했다. 말과 행동이 조금 거칠어도, 아버지는 편견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고 응원했다. 아버지가 좋은 마음으로 주변 이웃에게 뿌린 따뜻함이라는 씨앗이 죽음 이후 딸의 마음에 아버지의 따뜻한 진짜 모습이라는 꽃을 활짝 피워준 것 같다. 딸은 드디어 진짜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고, 아버지는 그동안 조금씩 쌓여 온 딸의 편견에서 해방되었다.

 

  아버지는 세상에서 해방되었다.

  아버지는 빨치산이라는 이유로 가난하게 살았다. 평생 사회주의자로 낙인찍혀 살아왔지만, 결국은 자신의 세상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회의 한 구성원이었다. 비록 죽음이라는 방법을 통해서이긴 하지만, 아버지는 가난하고 힘들었던 세상에서 해방되었다. 그리고, 아버지는 독자라는 거대한 세상으로부터도 해방되었다. 책의 초반부에서 독자가 가질법한 아버지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점점 사라진다. 책을 덮으며 아버지에 대해 가졌던 오해에 괜히 죄송함을 느끼며 아버지는 참 멋있는 사람이구나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유골은 꼬실라서 암데나 뿌레삐리라던 생전 바람대로 여기저기 뿌려졌다. 중앙교에, 반내골 가는 길에, 섬진강을 향해, 노인정 주변에, 오거리슈퍼 앞에, 삼오시계방에. 아버지의 발걸음이 닿았던 곳에 흔적이 남겨졌다. 뿌려진 유골은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 낱낱이 흩어지겠지만, 아버지에 대한 기억, 아버지가 만든 많은 인연은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흔적은 소설을 넘어 나의 마음속에도 평생 남을 것 같다. 아버지의 삶은 많은 동지의 죽음을 목도한, 가난하고 힘든 삶이었지만 언제나, 누구 앞에서나 강인하고 지조 있는 삶이었다. 또한 겉으로 보이게, 보이지 않게 아버지만의 따뜻함으로 많은 인연을 만들어 온 나름 멋진 삶이었다. 그렇기에, 아버지는 영정 속에서 분명 이 정도면 잘 살았다라고 말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아버지의 삶이 적힌 책을 덮으며 잘 읽었다라고 말할 수 있어 감사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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