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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학기 <독서후담> 당선작 - <사이보그가 되다> 서평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2-08-11 16:00:22
  • 조회수 621

 

따뜻한 기술의 진짜 온도

:김초엽, 김원, <사이보그가 되다>를 읽고


정혜인(기계공학과)

 

저는 비장애인입니다. 22년동안 살아가며 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만난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를 경험해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기껏해야 처음으로 다양한 친구들의 세계를 접하는 초등학교에서 지적 장애가 있는 친구의 알림장을 대신 써준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그 당시에는 구경해본 세계의 도면들이 많지 않아, 친구의 지적 장애를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장애를 가지신 두 분이 각자의 도면을 맞추어 보며, 과학 기술, 그리고 우리의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은, 무의식적으로 넘겼던 저의 경험들을 들추어 내고 있었습니다. 대학교에 들어와 첫 기숙사 생활을 하기 전, 한 번 잠에 들면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는 저로 인해 룸메이트가 스트레스를 받을까 걱정되어 진동 알람이 가능한 스마트 워치를 알아보았습니다. 친구들과는 다른 목적으로 구입한 워치는 저에게는 정말 유용했지만 이것을 들은 친구들은 저를 신기하게 여겼습니다. 독학으로 추가적인 전공 공부를 하고 싶어 듣게 된 인강에서는 생각하지 못한 자막 기능을 지원하고 있어서 공부하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청각에 문제가 있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스피커에서 조금만 울려 들려도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할 뿐더러, COVID19로 인해 전환된 비대면 수업에서 소리와 필기만으로는 이해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렸던 저에게는 가장 필요했던 기능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사소하지만 많은 유용함을 가져다 준 이 기능들은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는 못했습니다. 진동 알람 기능의 여부와, 강도는 어느 정도인지 알기 위해서는 소수의 사람들이 후기에 써준 글들을 일일이 찾아보아야 했고, 자막이 지원되는 강의는 유명한 인강 사이트에서도 찾기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강의라면 목소리로 수업을 제공하는 것처럼, 처음부터 자막도추가적인‘ 기능이 아닌 기본적인’ 기능이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필수적으로 필요했던 기능은 아니었기에, ‘불편함’이라고 의식하지는 못했고 이런 질문을 친구들에게 했을 때 굳이 모든 것을 고려하기에는 번거롭지 않을까‘ 라는 의견을 듣고 생각을 접어 두었습니다. 하지만 사이보그가 되다‘를 읽는 도중, 항상 따뜻한 기술을 개발할 로봇공학자’가 꿈이라고 외치던 저는 잠시 책을 덮고 생각에 잠겨야 했습니다. 보청기를 이용하고 있는 김초엽 작가와 휠체어를 타고 있는 김원영 작가의 고유적인 경험들은 2차원적인 저의 모든 세계에 ‘높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3차원적으로 확장시킨 느낌이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했던 생각이 터무니없는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주위에는 특정한 요구에 의해 생긴 보조기술이 보편화된 경우가 많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해 개발된 빨대는 모두가 쓰고 있는 주류화(mainstreaming)된 대표적인 기술입니다.

장애인의 보조 기술이 주류화 된다는 것은, 모두에게 처음부터 다양한 편리함을 주기 때문에 모든 기술을 주류화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나타나는 ‘양날의 검’ 이라는 비유처럼 기술이 본질을 잃는 것은 한 순간입니다. 플라스틱의 환경 문제에 의해, 없애거나 구부러지지 않는 종이 빨대로 대체하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보조 기술이었던 빨대라는 기술의 본질을 미처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중들은 많은 경우에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편견을 가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수술을 한 후에 거동이 불편하여 빨대를 매일 사용하였음에도, 본질을 무시한 채 환경을 위해 없애거나 대체하는 것이 그저 좋다고만 생각했었습니다. 이러한 세계를 개편하기 위해 장애인들은 주도적으로 자신의 고유 경험을 통해 기술을 재구성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크립 테크노 사이언스라고 일컫기도 하는데, 이 책의 경우에도 작가들 각각의 경험으로 트랜스, 포스트 휴머니즘과 같은 현대 철학을 신체와 그들의 존재론, 또는 다른 감각을 통해 이루어진 세계관적으로 고찰을 한다는 점에서 크립 테크노 사이언스의 시도가 됩니다.

사회가 장애를 규정짓는다. 런던 포토벨로에 건축가와 디자이너 부부가 딸을 위해 지은 램프 하우스(The Ramp House)의 또 다른 시도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깨달은 바입니다. 승강기와 같은 기술로 분리하는 것이 아닌, 집 중앙에 경사로를 두어 수평과 수직의 이동 방식에서 벗어나고자 했고, 이것을 시작으로 장애인, 기술자들이 서로 조합과 협회를 이루어 가이드를 공유하면서 대조되는 페인트를 칠하는 등의 모두를 위한 기술에 함께 다가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공학을 전공하는 사람, 기술을 다루는 사람들은 질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승강기라는 기술은 노약자, 장애인들을 분리하는 기술이라 좋은 기술이 아닌가요? 지금까지 꿈꿔왔던 따뜻한 기술모두를 위한 기술은 무엇이 다른 가요?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통해 저희가 어떻게 기술을 바라보았고 개발해 왔는지를 돌아보며 답을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UCLA의 기계항공공학과 데니스홍 교수님은 시각 장애인이 직접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를 개발하며, 시각 장애인이 탈 수 있는 자율주행차와 다르다는 것에 큰 깨달음을 얻고, 시각 장애인들과 함께 똑같이 생활해보며 몸소 겪은 경험을 활용하였습니다. 강연을 듣고 감동을 받아 앞으로 이러한 기술을 개발하고자, 꿈으로서 수없이 외쳐왔던 따뜻한 기술의 따뜻함이라는 단어에는 생각하지 못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 사람들이 감동받는 것을 볼 때 느껴지는 따뜻함이라는 것입니다. ‘테크노페티시즘이라고도 정의될 수 있는 부분인데, 기술이 그 자체의 기능보다는, 상징적, 성적, 미학적 대상으로 여기게 되는 경향입니다. 책에서의 표현을 빌려, 매끄러워 보이도록 하는 연출 때문에 가려진 균열이 있던 현실이야 말로, 우리가 찾아야 할 열쇠였습니다. (물론, 매끄러워 보이는 연출이 가져오는 장점들도 있지만, 균열을 가리는 것이 주로 문제가 됩니다.) 승강기가 만들어 낼 수도 있는 사회적 격차 같은 사회의 균열과, 서로를 위한 진정한 배려를 알기 위해서는 각자의 세상, 김초엽 작가님의 단어로 이른바, 움벨트(Umwelt)를 생각해봐야합니다. 생명체는 각자의 다른 감각으로 세상을 접하고 있기에 그들의 인지 세계는 다릅니다. 연극 가족이라는 이름의 부족을 보면서,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들이 고립됨을 느끼던 가족의 세계에서 벗어나 농인들의 문화에 속하며 느끼는 감정을 처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가청 범위가 다른, 또는 다른 감각을 이용하여 세계를 느끼고 있는 것이고, 수화는 또 다른 언어일 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장애인들은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요? 김원영 작가는 김초엽 작가에게 보조기기에 대한 외화하는 전략에 대한 경험을 묻습니다. 장애라는 요소를 자신의 정체성에서 어떻게 여길지에 대한 생각으로, 보조기기에 대한 관점이 타인의 시선이나 비장애인과 비교했을 때의 정상성에 대한 갈망은 아닐지 고민으로부터 시작된 질문입니다. 하지만, 장애인들의 보조기기가 아니어도 우린 다양한 형태의 기술에 쉽게 의존하며 발가벗은느낌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COVID19시대라고 일컫는 약 3년의 시간동안 마스크와 매일을 함께하다가, 최근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되었음에도, 저를 비롯하여 발가벗은느낌이 든다는 이유로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든 일상을 함께 하는 스마트폰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기술의 형태는 다양하기에 모두가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지만, 이는 사물을 인간의 사회의 일부로서 여길 수 있는 사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기술 외화의 여부를 통한 자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장애인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모두를 위한 기술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이 아닌 다양한 세계를 끊임없이 상상하며 기술의 본질을 잊지 않아야 하고, ‘따뜻한 기술의 온도를 느끼는 주체는 기술을 이용하는 주체와 그 주위 모두가 되어야 합니다.

사이보그가 되다제목을 처음 읽었을 때, ‘사이보그가 장애인들을 비유한 단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사이보그라는 단어는, 기술과 밀접한 장애인들의 생활 모습과 동시에, 장애와 기술의 관계에 대한 한계를 보여주는 책의 내용 전체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저에게 사이보그는 증강기술로 구현된 슈퍼 히어로 같은 존재들이었는데, 세상을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장애인들이 기술과 가장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사이보그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기술에 의한 증강치료의 모호성이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의 팔의 기능을 완벽하게 구현했다는 같은 기술임에도, 비장애인이 팔을 없애고 이용하는 것과 지체 장애인이 그 기술을 이용하는 것은 다르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완벽해 보이는 기술에서 생겨난 이 모호성이 기술의 진정한 본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로봇을 개발하겠다는 꿈을 꾸면서도 사람을 닮은 로봇에게 무서운 감정을 느끼는 저의 모습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여, 로봇이란 사람들에게 어떠한 존재가 되어야 할 지 계속해서 파헤쳐보았습니다. 로봇이 인간과 유사할수록 불쾌함을 느낀다는 이론인 불쾌한 골짜기에 대한 철학적인 논의, 그리고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로봇에 대한 그들 고유의 경험으로 돌봄의 본질에 대해 고찰하며, 사람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 여러 통찰력을 얻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디까지 온전한 나로 정의할 수 있나요?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워치가 없다면 온전한 나로 살 수 없지는 않나요? COVID19 시대 동안 사회에서 마스크 없이는 활동을 못하도록 규정하였음에도, 매일 함께했던 마스크는 온전한 나로 같이 정의할 수 없나요? 기술에 의해 바뀌어 가고 있는 저희의 존재론에 대해, 그 기술의 위치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고, 이 책을 통해 완벽해 보이는 기술 속에서도 다양한 균열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더 혁신적인 미래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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