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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학기 <독서후담> 서평 공모 당선작 전문 게재 : <별것 아닌 선의>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2-08-09 17:31:14
  • 조회수 339

대상도서 : 이소영, <별것 아닌 선의>



무제


이석현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이라는 노랫말이 있다. 누군가의 노래가사처럼 살다 보면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때를 종종 마주할 수 있다.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 때는 바로 학기 중에 누군가가 정말로 크게 다쳤을 때였다. 만약에 나라면 정말로 괴로웠을 만큼 학기를 그만두고 휴학을 했을 만큼 아파 보였지만 그 누군가는 나와 마주칠 때마다 그에 대한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 아프지는 않은지, 어디 도와줄 건 없는지, 괜찮은지 너무나도 궁금하고 도와주고 싶고, 걱정되었지만 그가 보여주던 강인함 혹은 괜찮아 보이려는 모습 때문에 더는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위로 하나 던져줄 수 없었다. 그 누군가를 참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나는 위로조차 할 수 없었다.

  또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인권단체에서 열리는 탈북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던 시간이었다. 여러 탈북자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내 마음을 크게 울렸던 이야기는 경제적인 문제를 호소한 이야기였다. 아무리 내가 따뜻한 시선이나 위로를 건넨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가진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따가운 차별의 시선보다는 돈이 없어서 생활고를 겪거나 가족을 구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계속 내 마음속에 맴돌았다.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사랑을 나누어주고 싶었지만, 돈을 직접적으로 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위로가 되어줄 수 없었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내가 너무나도 작다는 느낌이 들었다. 같은 공간에 함께하고 있고 물리적인 거리가 아주 가까웠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누군가가 고난을 겪고 힘들어하고 있을 때, 나 자신이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견딜 수 없을 만큼 부끄럽고도 허망한 감정이었다.

누군가에게 위로조차 건네지 못하는 쓸모없음을 느낀 후로 신기하게도 항상 누군가가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있거나 어려운 상황이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무언가에 막혀 막막해 있을 때, 나에게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다. 예전 같았으면 단순하게 건넸을 힘내라는 말조차 꺼내기 힘들었다. 어찌 보면 힘도 나지 않는 상황에서 힘내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도 잔인하다고 생각했다. , 만약 내가 어려운 상황이나 막막한 상황에 부닥쳐있을 때, 누군가가 나의 이런 모습을 알고 있다는 사실 역시 비참할 것 같다고 느껴졌다. 섣부른 위로는 어찌 보면 위로를 건네는 사람이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덜려는 자기 위로에 불과할 수 있다는 생각마저 하다 보니 그들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되었다. 함께 나아가는 친구가, 먼 미래를 함께 노래하던 동료가, 내 이웃들이, 내 주변 사람들이 아프고 힘들 때 아무런 힘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괴로웠고 외로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우는 것밖에 없었다.

  그렇게 세상을 향해 따뜻한 손길을 내밀 수 없다는 무기력함 혹은 나약함을 품고 살아갈 무렵, 우연히 이소영 교수의 책 별것 아닌 선의를 보게 되었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가장 작은 방법이라는 문구가 적힌 책 표지를 처음 들었을 때, 그동안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타인을 향한 위로의 기억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다시금 나의 나약함이 느껴졌기에 선뜻 책에 손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온갖 차별과 혐오가 난무하고 있는 오늘날, 다시금 위로의 가능성을 느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나마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넘기기 시작했다.

  5분 정도 읽을 수 있는 짧은 글들을 모아 엮어진 별것 아닌 선의는 저자 이소영 교수가 타인을 향한 위로의 경험과 생각이 흠뻑 담긴 책이다. ‘선의를 주제로 한 책이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결코 계몽적이거나 교조적으로 우리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타인을 대하면서 경험할 수 있는 오해 혹은 불편한 감정을 저자 역시 느꼈다고 솔직하게 글을 풀어가는 터라 좀 더 공감이 가면서 읽어갈 수 있었다.

  같은 경험을 하고서도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나는 타인에게 위로를 건네도 사건의 본질을 해결할 수 없음에 좌절했지만, 저자는 그런 위로를 통해서라도 세상이 조금이나마 희망찰 수 있다고 피력한다.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사소한 위로들이 힘이 되어주었던 저자의 말마따나 나 역시 힘들었던 순간에 많은 이들로부터 위로를 받았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되었다. 물론 그들의 위로가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해주지는 못했지만 먼 시간이 흐른 지금 돌이켜보았을 때, 그 위로가 따뜻했고 고마웠으며 또 아름다웠음을 생각한다. 그런 굴곡 속에서 지금의 로 성장해 온 것이 아닐까?

  어떻게 생각해보면 내가 생각했던 완벽한 위로는 신의 영역일지도 모른다. 개개인의 신념과 가치관이 서로 다른 세상에서 내가 생각한 데로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꽤 잔인한 생각일 것이다. 누군가가 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누군가가 나의 위로를 받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완벽한 위로를 건넬 수도 없고 건넬 필요도 없음을 인지한다. 다만, 여전히 나약하고 부끄럽고, 주저하지만, 책에서 일관되게 말하는 사소한 위로를 실천해 보려고 다짐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괴로워서 누군가에게 주던 시선조차 거둬들인다면 그 또한 너무나도 괴로운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작은 위로의 힘을 믿기로 생각한다.

  여전히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존재이기에 흔들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이 책을 다시 꺼내 몇몇 이야기를 다시 읽어봐야겠다. 책을 처음 마주하고 느꼈던 위로의 가능성을 잊지 말기로 다짐하면서 말이다. 불완전한 존재임에도 타인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고 그 힘이 나에게도 영향을 주는 세상 속에서, 나는 타인에게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를 계속하기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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