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성민
고통은 내면의 것이다. 사람의 몸 내부에서 발생해서 그 안에서만 맴돈다. 고통을 외부로 꺼내려고 해도 그건 가능하지 않다.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도, 공유할 수도, 나눌 수도 없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상에서 근거한 공감이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많은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저마다의 고통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그 많은 사람들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들이 느끼는 사람들이 마주한 사회의 모습, 사회가 그들에게 주는 고통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세상이 있다. 태어날 때부터 성장하는 모든 과정은 각자의 세상을 창조하고 구성하는 과정이다. 각자를 이루고 있는 세상과 그 세상의 규칙은 모두 다르기에 한 주제에 대한 사람들의 입장 또한 다양한 것이 다양하다. 그렇지만, 각자 구성하고 있는 세상의 규칙을 다른 사람의 세상에 강요하는 것으로부터 사회의 고통은 시작된다. 자신의 세상이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부정당하는 것, 그것은 고통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세상을 얼마나 존중하고 공감하는가? 그렇지 못한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고통을 주는가? 나는 다른 사람들의 세계를 공감하고 존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생각했던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은 생각보다 더 하찮고 별거 아니었다는 결론 또한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저 존중한다는 생각은 사람들이 겪는 고통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우리가 고통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다. 우리가 그 사람들의 고통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고통을 이해하고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이 책은 그런 부분에서 의미가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이러한 사회에는 이렇게 다양한 문제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표면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은 얼마나 극히 일부를 의미하는지. 이는 내가 책을 다 읽고 나서 아쉬움을 느낀 부분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이 책에서는 여러 문제를 다루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만, 문제의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논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찝찝함과 아쉬움을 느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이 책에서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고 이 책은 어떤 것을 말하고자 이러한 내용들을 담았는가. 책에서도 언급했듯, 이러한 우리 사회, 개개인의 삶은 그 누구의 상상보다도 복잡하다. 해결책을 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으며, 그 또한 적절한 해결책이 될 수 없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여러 방법이 시도되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사회로부터 받는 각자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개인들이 수없이 많은 이유가 뭐겠는가. 지금까지의 여러 시도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복잡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책 한 권에 담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었다. 그렇다면 이 책이 독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쓰여졌는가? 그 답은 책 속에 있었다.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낳지 않는다. 세상은 복잡하다. 사회문제 해결은 그 복잡함을 받아들이는 데에서 시작한다.’ 라는 책 속 한 구절이 이 책의 핵심을 담고 있다. 이 책은 독자에게서 사회문제 해결을 찾고 있다. 저자는 사람들이 직접 사회문제를 받아들이고,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데에서 사회문제 해결이 시작된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우리에게 직설적으로 해결책을 요구하거나, 제안하지 않는다. 그저 복잡한 사회, 그 사회 속에서 고통받는 개개인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우리가 스스로 깨닫게 만든다. 어쩌면 교육이다. 우리는 여러 사회문제를 다룰 때, 결국은 교육의 문제로 귀결짓는다. 어릴 때 아이들에게 이러한 점을 가르쳐야 해, 이런 부분에 대해 알게 해야 해. 와 같은 결론으로 끝난다. 그러나 교육은 꼭 어린 아이들, 학생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이 책에 대해 생각해보며 깨달았다. 일반 시민, 사회인, 어르신들 그 누구도 교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 독자, 모두를 교육한다. 책이라는 친근한 요소로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고 학습하도록 도와준다. 이 책은 그래서 그저 읽기만 하는데에 그 가치가 있지 않다. 읽고 이 책의 의미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에서 온전한 가치를 받아들일 수 있다.